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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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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 한 시간만 그 방에」 서평 이 소설의 시작은 완벽주의 성향의 주인공 비에른이 관공서로 이직하면서 시작된다. 남들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싶었던 비에른은 사람들을 분석하고 스스로를 통제해가며 업무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존재하지만 다른이에게는 존재하지않는 '그 방'으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고 만다. 소설의 첫 시작에서 그렇듯, 그는 꽤나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사람으로 자신의 기준에 맞지않으면 잘못된 사람(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판단하곤하는데... 그의 이런 행동들은 처음에는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는 느낌에서 점점 더 비정상적이라는 느낌을 들게했다. 특히 마르가레타와의 파티씬 이후 "혹시 마약하세요?"라는 그녀의 물음에 오히려 그는 그녀를 마약중독자로 판단을 내리고 그녀의 모든 행동에 '마약'을 붙여넣어 설명하고있는데...
에세이 ∥ 「 언어의 온도」 서평 나의 오래된 친구 K가 추천해준 책. 추천 받은 책을 읽는다는건 왠지 그 친구의 마음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마음이 들었었구나... 너는 이런 삶을 살고싶구나...' 그래서 좋은 책을 선물받는다는 것은 완성된 작가의 요리에 선물한 이의 향기가 톡톡 뿌려져서 더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가는 길을 걷다가 마주한 장면이나 이야기하며 나누었던 대화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곤하는데... 나는 그런 그가 참 낭만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나부끼는, 그런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것들 조차 그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야기가 들려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한 손에는 노트와 펜을 매일 들고 다니시지 않을까!) 여느 에세이 작가님의 책들과 많이..
소설 ∥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서평 나의 어린시절에 그렸던 그림중 유일하게 액자에 담긴 그림이 하나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우주 속을 유유히 여행하는 내 모습을 크레파스로 담은 그림이었다. 운이좋게도 그림이 상상화부문에 입상하게 되어 선생님께서 큰 액자에 그림을 담아 주셨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땐 참 말도 안되는 상상도 많이 했었는데... 그리곤 내가 우주를 그린적이 있던가...? 단편SF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파트마다 각기 다른 주제의 이야기로 이루어지는데, 색으로 대화하는 외계인 이야기가 나오는 '스펙트럼' 파트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색과 대화라...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상상이었지만 어쩌면 늘 올려다보는 하늘도 우리에게 색(빛)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가령 햇빛은 따뜻한 사랑,..
소설 ∥ 「녹나무의 파수꾼」 서평 녹나무 파수꾼을 완독한 후, 내가 원했던 이 소설(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쓴 책)에 대한 기대치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수 많은 그의 책 중에서 유명한 책을 더 읽어봤어야했을까...? 어렸을적 한번쯤 꿈꿔봤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던지 기괴한 머더구스 노래를 해석해가며 범인을 찾던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을 원했던걸까...? 너무도 큰 비밀이 숨겨져있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 실망했던걸까...? 아니면 나 자신이 너무 자극에 노출되어있었던가... 정리해보자면 녹나무의 비밀을 쉽게 알려주지 않고 조금 돌아돌아 알게된 경향이 있지만, 사실 녹나무보다 거기에 담긴 여러가족의 후회와 용서와 사랑이 이 책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특히 사지씨의 형의 삶이 크게 와닿았는데... 어..
소설 ∥ 「검은꽃」 서평 요즘 책을 고를 때 나도 모르게 장르를 꽤 많이 따지는 편이다. 장르를 고르고 제목을 볼정도로...! 뭔가 더 심오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인문학)도 섞여있었고 누군가의 생각(에세이)을 들여다보고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달까...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 작가의 소설 검은 꽃을 접했을 때는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던 것 같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그 마음은 50페이지가 지나지 않아 감쪽같이 사라졌지만 나중엔 의아했다. 소설일까? 책을 읽는 도중에 인터넷에 '검은꽃', '에네켄', '멕시코', '한인'...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이내 검색창에 뜬 흑백사진에는 검은 얼굴과 대조적인 흰 옷을 입은 이 소설의 주인공일지도 모를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의 몸집만한 에네켄을 힘겹게 지고서... 우리가 알지 못했..
에세이 ∥ 「죽은 자의 집 청소」 서평 낯설었다. 그가 일을 시작하며 마주치는 광경들은 우리 삶 가까이있었지만 처음 본 듯 낯설었다... 가난과 외로움이 집안 가득 묻어있는 어느누군가의 마지막 공간을 치우는 일. 누군가 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있었지만... 이렇게 그 이야기를 책으로 전해들은 지금에서야 죽음과 조금 더 자주 마주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작가가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모든 상황들을 내가 직접 눈으로 본다면 3초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갈 것 같지만... 그들이 하나씩 치워가며 발견하는 이야기들을 보며, 모두가 숙명적으로 거쳐가는 죽음에 대해 눈과 귀를 닫은건 내가 아니었을까...라는 마음도 들었다. 이 책 속의 수많은 이야기중 제일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은 "죽은 사람 집 하나를 정리하는데 돈이 얼마나 드나요...?"였다...
인문학 ∥ 「플레인 센스」 서평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캑터스(Cactus) 1549. 조류 충돌로 엔진이 모두 꺼졌다."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 속 US에어웨이스 비행기에서 관제사로 통신한 내용이라고 한다. 이 비행기의 콜사인인 캑터스(Cactus)는 미국의 저비용 항공시장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아 선두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로 지어졌다고 한다. 위의 내용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것이지만 나 또한 지금까지 나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선인장 이모지를 사용해오고있다. 디자인파일 한켠에 🌵= 이건 내가 디자인한 것 이라는 표시를 남겨두곤했는데, 이 또한 척박한 환경에서 큰 몸집을 키우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선인장처럼 살아가고픈 내 콜사인이라 생각하니 신기하면서 다들 비슷한 생각(나 또한 그런 꿋꿋한 의미로 선인장을 좋아한다)을 하며 ..
에세이 ∥ 「지금 이대로 좋다」 서평 "지금 이대로 좋다!" 내가 요즘 머릿속에 자주 생각하는 말이다. 얄팍한 욕심과 번뇌를 짊어지고 살아가던 삶에서 한 발짝 물러나 그냥 살아가는 것. 사실 내려놓는다는게 짊어지는것보다 더 어려운일임을 잘 알기에 늦은 밤이되면 마음이 살짝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때면 어김없이 잠시 글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을 만한 책 한권을 골라 무작정 읽곤한다.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욕심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 얄팍한 질투와 바램 몇 개만 내려놓았을 뿐인데 몸이 건강해졌고. 얼마나 복잡한 고민이 많았던지... 그 번뇌들을 내려놓자 마음이 고요해졌다. 결국, 그리 어렵지도 않았던걸 이제서야...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닌 먼저 살아본 인생의 선배로서 내려놓음에 대해 풀어놓은 이 책을 읽다보면 더 내려놓지 못했..
소설 ∥ 「스토너」 서평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이 한마디가 마지막을 가득 채우는 책. 스토너의 삶을 스스로 살아본양 무엇을 기대했을까?라고 되뇌이다가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고있었던 걸까?라며 되려 나에게 의문을 던졌다. 마치 트루먼쇼처럼 스토너의 일생을 들여다본 기분이 드는 책(1인칭시점이긴 하지만)이지만 너무도 담담하고 침착한 그가 내심 부럽기도 했던 책인데... 많은 독자들은 그의 인생이 슬프다했지만 나는 이 책을 쓴 작가가 스토너의 삶에 한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