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시작은 완벽주의 성향의 주인공 비에른이 관공서로 이직하면서 시작된다.
남들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싶었던 비에른은 사람들을 분석하고 스스로를 통제해가며 업무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존재하지만 다른이에게는 존재하지않는 '그 방'으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고 만다.
소설의 첫 시작에서 그렇듯, 그는 꽤나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사람으로 자신의 기준에 맞지않으면 잘못된 사람(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판단하곤하는데... 그의 이런 행동들은 처음에는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는 느낌에서 점점 더 비정상적이라는 느낌을 들게했다. 특히 마르가레타와의 파티씬 이후 "혹시 마약하세요?"라는 그녀의 물음에 오히려 그는 그녀를 마약중독자로 판단을 내리고 그녀의 모든 행동에 '마약'을 붙여넣어 설명하고있는데... 그 모습이 섬뜩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주변에 저런 인물을 알고싶지 않을정도로...)
그런 그가 무심코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복도 한켠의 문을 열었고...
스스로도 그 공간의 방이 존재하지 않을 크기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면서도 계속 그 공간을 찾아가게된다.
어느순간 그도 책에서 그 방에 이끌리는 자신에 대해 언급한다.
그 방에 세번째로 들어갔을 때는 아무런 이유도 구실도 없었다.
그건 전혀 나답지 않았다.
나는 보통 원인과 결과를 잇는 명백한 연결고리에 집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그 방에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문을 닫고 방 한가운데 놓인 책상 앞에 섰다.
어쩌면 그는 그와 닮은 그 방에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만큼은 쉬어갈 수 있고, 집중할 수 있고, 솔직해질 수 있는... 마음 한 켠의 작은 방과 같이...
사실 분명한건 '그 방'이 존재하냐 그렇지 않냐라는 결과보다는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있고 동료들도 그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관계에 지쳐 스스로 고립되어가는 현대사회인에 투영해 볼 수 있었는데,
가령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편해진 사람들,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 망이 '그 방'이 된 사람들이 생각나기도했다.
하지만 누구나 고립된다고해서 비에른처럼 적대적이나 비정상적이 되진않는다.
보통의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이해와 존중의 태도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은 스스로도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없으면서, 이해받길 원하고 존중받길 원한다.
만약 실제로 그 방이 존재하고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언정 비에른이 맞다고 말할 수 있을까?
To be proud of virtue is to poison oneself with the antidote.
잘난 척 하는 것은 스스로를 해독제에 중독시키는 것이다.
< 벤자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
사회는 눈에보이지 않는 관계들이 얽혀 만들어진다.
옳고 그름의 시각보다는 서로가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만 가진다면
설령 그방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상관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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