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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에세이 ∥ 「 언어의 온도」 서평

나의 오래된 친구 K가 추천해준 책.

추천 받은 책을 읽는다는건 왠지 그 친구의 마음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마음이 들었었구나... 너는 이런 삶을 살고싶구나...'
그래서 좋은 책을 선물받는다는 것은
완성된 작가의 요리에 선물한 이의 향기가 톡톡 뿌려져서 더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가는 길을 걷다가 마주한 장면이나 이야기하며 나누었던 대화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곤하는데... 나는 그런 그가 참 낭만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나부끼는, 그런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것들 조차 그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야기가 들려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한 손에는 노트와 펜을 매일 들고 다니시지 않을까!)

여느 에세이 작가님의 책들과 많이 달랐던 점은 '단어의 선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책에서도 스스로를 활자중독이라 하셨지만...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하셨는지 단어 하나하나에 뭍어나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만취한 후배'라는 표현보다는 '건하게 취한 후배'라는 표현을 쓴다던지, '주장하다'보다는 '강변하다'라는 표현을 쓰신다던지)
어쩌면 그의 글들이 지나치게 수다스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이유가
작가가 생각으로 꾹꾹 눌러담은 단어 한 글자, 한 글자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한다.

< 언어의 온도 - 이기주 >

 

내가 늘 생각하는 마음을 담백하게 글로 담은 걸 보면서 난 어느새 그의 센스에 팬이 되어버렸다.
(위의 글은 내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귀였다.)

그렇게 다 읽은 책을 덮어 놓고보니 겉표지인 보라색이 참 따뜻해보였는데...
작가가 느꼈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 또한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고,
누구나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구나...하는 이해와 함께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기 때문인것같다.

나도 다른이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싶다. 
조금 더 따뜻해지고 싶어하는 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