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을 고를 때 나도 모르게 장르를 꽤 많이 따지는 편이다.
장르를 고르고 제목을 볼정도로...!
뭔가 더 심오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인문학)도 섞여있었고 누군가의 생각(에세이)을 들여다보고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달까...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 작가의 소설 검은 꽃을 접했을 때는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던 것 같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그 마음은 50페이지가 지나지 않아 감쪽같이 사라졌지만
나중엔 의아했다. 소설일까?
책을 읽는 도중에 인터넷에 '검은꽃', '에네켄', '멕시코', '한인'...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이내 검색창에 뜬 흑백사진에는 검은 얼굴과 대조적인 흰 옷을 입은 이 소설의 주인공일지도 모를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의 몸집만한 에네켄을 힘겹게 지고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한국 근대의 또 다른 역사였다.
비록 작가가 설정한 인물들은 가상일지도 모르나 세상에 없던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한명씩 인물들을 돌아가며 인물 자신과 다른이를 바라보는 자기의 감정을 나타내고있다.
주인공이 없는 책. 영국 기선 일포드 호에 올랐던 이들 모두 삶의 주인공이 되어 다른 방식으로 살아나가고 있었다.
모두 조금 씩 다른 이유로 배에 올랐지만 모두 더 나은 미래를 향해가는 목적지는 같았던 주인공들...
하지만 그들이 멕시코에 정착하면서 살아나간 삶과 그리고 그들 모두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이 아님에...
씁쓸하다기 보다는 과연 조선이었던 대한민국에 남았더라면 그들은 어땠을까?라는 마음이 들기도했다.
두 선택지가 고를 수 조차 없이 너무도 잔인하기에...
지금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누릴 수있는 많은 것에 감사함을 모르는)에 부끄러움도 느낀다.
작가가 이런 주제로 그들의 삶을 소설처럼 써내려가고 있지만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 자신이 김이정은 아닌지... 권용준은 아닌지... 이연수는 아닌지... 돌아보게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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